BIM 기반 실시간 견적 시스템의 필요성과 구현 전략

1. 왜 지금 견적 시스템을 되돌아봐야 하는가 ►

2. 왜 실시간 견적인가

3. 기존 견적 시스템은 왜 실패했는가 ►

4.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5. 견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되어야 한다 ►

설계와 예산 초과 문제

건축 설계는 처음부터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설계자의 의도와 발주자의 요구, 법적 조건과 주변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예산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맞물려 결정되는 복합적인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변경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초기에 정해졌던 평면이 사라지고 새로운 배치가 등장하며, 선택되었던 외장재가 바뀌고, 구조 시스템이 교체된다. 마치 미완성의 조각을 다듬어가듯, 설계는 수많은 대안과 가능성 사이에서 점점 구체적인 형태를 갖춘다.

하지만 이처럼 긴 시간과 노력이 담긴 설계 결과물이, 예산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프로젝트에서, 예산 초과는 설계 변경의 가장 흔하고도 치명적인 원인이다.

기존 견적 시스템의 한계와 위험성

한 예로, 어느 중견 건설사에서 진행하던 오피스텔 프로젝트는 외장 마감의 질감을 강조한 설계가 강점이었다. 그러나 견적 결과에서 외장재 단가가 전체 공사비의 일정 비율을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발주처는 이를 교체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설계팀은 기존 계획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도면을 수정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설계 일정은 두 달 가까이 지연되었고, 연쇄적으로 착공 일정까지 밀리며 전체 사업성이 훼손되었다.

문제는 이 예산 초과가 충분히 예측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보를 ‘제때’ 확보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마감재를 선택하던 당시에는 비용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고, 설계는 도면을 완성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실제 시공단가와의 간극을 파악할 기회가 없었다. 결국 견적팀이 전체 내역서를 작성한 후에야 비로소 문제가 드러났고,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처럼 공사비와 설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프로젝트 전체의 효율성을 무너뜨리는 근본적인 한계다.

실시간 견적 시스템의 필요성

특히 자체사업을 추진하는 건설사의 경우, 설계 단계에서의 예산 초과는 단순한 리스크가 아니라 수익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설계가 완성된 뒤에야 비용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 프로젝트는 이미 위험한 상황에 진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정보의 ‘시기’를 앞당기는 일이다. 공사비는 설계가 끝난 다음에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가 진행되는 그 순간순간마다 지속적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간 검토 단계에서 골조 비용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면, 이후 마감이나 조경 등 다른 공종에서 비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전체 예산을 맞출 수 있다. 혹은 설계 초기 단계에서 주요 구조 시스템만 정해졌을 때도, 그 구조가 전체 공사비에 미치는 영향을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할 수 있어야 이후 결정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흐름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실시간 견적 시스템이다. 설계의 작은 변화가 곧바로 견적에 반영되고, 그 결과가 다시 설계 판단의 근거가 되는 구조. 이 구조를 통해 우리는 ‘완성된 설계를 비용으로 검토하는’ 방식이 아니라, ‘비용과 함께 설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BIM이 만드는 실시간 견적의 기반

이를 위해선 당연히 설계 도면이나 모델에 담긴 정보를 읽어내고, 그에 따라 수량을 산출하며, 공사비를 계산하는 일련의 과정이 자동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적 기반이 바로 BIM, 즉 빌딩 정보 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다.

BIM은 단순한 3D 모델링을 넘어서, 건축물의 모든 구성요소에 정보를 담아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벽 하나를 모델링할 때, 우리는 단지 그 위치와 높이만이 아니라 재료, 두께, 단열 방식, 적용 면적 등의 정보를 함께 입력한다. 이런 데이터는 단순히 설계자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견적팀에게는 정확한 수량 산출의 기초가 되며, 시공팀에게는 자재 발주 및 공정 계획 수립의 근거가 된다.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바로 이 BIM 데이터를 활용하여, 설계와 비용 사이의 거리를 없애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설계자가 모델을 수정하는 순간, 수량이 갱신되고, 견적도 함께 변한다. 그 결과 설계자는 언제든지 현재까지의 설계가 예산 범위 안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발주자나 경영진은 설계 대안들 중 어느 쪽이 비용적으로 효율적인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단지 업무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설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예산을 넘는 설계안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실현될 수 없다. 따라서 이상적인 설계란, 예산과 기능, 그리고 미적 가치가 균형을 이루는 안이며, 이 세 가지 요소는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이 균형을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CNV 박도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