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 기반 실시간 견적 시스템의 필요성과 구현 전략
4.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실시간 견적 시스템의 철학과 변화
우리가 제안하는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기존 시스템과 완전히 다른 철학에서 출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존 견적 프로세스가 쌓아온 수십 년의 실무 지식과 체계 위에 새로운 구조를 덧입히는 방식이다. 즉, 우리는 그동안 익숙했던 ‘물량 산출 → 공사코드 매칭 → 단가 적용 → 내역서 출력’이라는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그 수행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고자 한다.
가장 큰 변화는 작업의 흐름을 끊지 않는 것이다. 설계가 계속되는 동안, 견적도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러려면 견적 시스템은 설계 변경에 ‘반응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동행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설계자가 벽체 하나의 재료를 바꾸는 순간, 그 변화가 어떤 공사코드에 영향을 미치고, 그 수량이 어떻게 변하며, 단가가 얼마인지, 전체 공사비는 몇 퍼센트 변동하는지까지 즉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즉시’라는 단어다. 오늘 설계 변경을 하면, 일주일 뒤 견적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즉시성은 설계자와 발주자, 그리고 경영진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꾼다.
룰셋 기반 자동화의 원리
이러한 실시간 반응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룰셋 기반의 자동화 구조다. 여기서 룰셋이란, BIM 객체에 어떤 공사코드를 적용해야 할지, 그 코드에 어떤 수량 속성을 참조해야 하는지를 미리 정의한 일종의 규칙 모음이다. 예를 들어 어떤 설계사무소는 구조체와 마감을 하나의 객체로 모델링하는 방식에 익숙하다면, 우리는 그 객체에 ‘거푸집’, ‘콘크리트’, ‘철근’, ‘마감 타일’이라는 복수의 공사코드를 동시에 연결하는 룰셋을 만든다. 반대로 마감과 구조를 따로 분리해서 모델링하는 곳이라면, 구조 객체에는 구조용 공사코드만, 마감 객체에는 마감재 코드만 연결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이렇게 한 번 룰셋을 정의해두면, 그 이후로는 모델이 바뀌어도 견적 시스템은 자동으로 새 모델을 해석하고, 해당 객체에 맞는 코드와 수량을 도출해낸다. 예를 들어 어떤 벽체가 면적 45㎡에서 60㎡로 확장되었을 때, 시스템은 그 변화를 감지하고, 기존에 연결되어 있던 공사코드들의 수량을 모두 업데이트한다. ‘자기질 타일 마감’, ‘수성 페인트’, ‘하부 몰탈 미장’ 등 각각의 항목에서 변경된 면적을 기준으로 금액을 다시 산출하고, 그 변화율을 즉시 표시해준다.
이러한 실시간 견적의 구조는 ‘다시 시작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을 만든다. 기존에는 도면이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물량을 다시 산출하고, 코드를 다시 붙이고, 단가를 다시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했지만, 실시간 견적 시스템에서는 설계 변경이 곧바로 반영되므로 이 모든 과정을 재작업할 필요가 없다. 설계자는 더 이상 견적 작업을 ‘부담’으로 느끼지 않고, 견적팀은 더 이상 ‘매번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설계·견적·시공 데이터의 연속성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시스템은 설계와 견적, 시공 간의 데이터 연계를 자연스럽게 실현한다. 기존에는 BIM이 시공 단계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일이 많았다. 시공사는 설계자가 만든 모델을 믿지 못하고, 다시 자체 모델링을 하거나 별도 내역서를 구성해야 했다. 그러나 실시간 견적 시스템에서는 설계 BIM 자체가 견적 데이터를 포함하게 되므로, 시공 단계에서는 별도의 변환 없이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객체에 연결된 공사코드, 수량, 단가, 내역정보는 그대로 시공사 기성 관리 시스템에 연동될 수 있으며, 공간별, 공구별, 층별로 집계하여 발주와 공정 관리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구조는 단지 시간과 비용을 아껴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의 연속성’을 만들어낸다. 설계단계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견적과 연결되고, 시공단계에서도 그대로 사용되며, 나아가 유지관리단계에서도 시설관리 데이터로 전환된다면,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생성된 정보는 사라지지 않고 진화하게 된다. 그리고 이 연속성이 반복되는 수십 개의 프로젝트가 누적된다면, 우리는 단순히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을 가진 것이 아니라, 거대한 데이터 자산을 가진 조직이 되는 것이다.
AI 확장성과 비즈니스 전략으로의 진화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장기적 확장성’이라는 또 다른 가능성과 마주하게 된다.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단지 현재의 업무를 효율화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곧 AI 견적 예측 모델의 기반이 된다. 지금 이 시스템을 통해 생성되는 모든 정보—설계 데이터, 객체별 수량, 코드, 단가, 그리고 실제 결과값—은 AI에게 가장 이상적인 학습 재료가 된다. 예를 들어 수십 개 프로젝트에서 ‘연면적 2만㎡, 철근콘크리트 구조, 외장재는 알루미늄 복합패널’이라는 조건에서 평균 공사비가 얼마였는지를 학습한 AI는, 새 프로젝트에서 비슷한 조건을 입력했을 때 ‘내역 수준’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예측이 단순히 “총 공사비는 135억 원”이라는 식의 결과가 아니라, “거푸집 5,200㎡, 콘크리트 1,800㎥, 철근 95톤, 알루미늄 패널 마감 2,400㎡”처럼 세부 내역 단위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AI가 내역서를 예측하게 되면, 아직 설계가 20%밖에 진행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도, 비용의 흐름과 리스크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설계자가 처음부터 AI의 추천 내역을 참고하여 모델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설계안에서는 마감 면적이 유사 프로젝트보다 과도하게 많다는 것을 시스템이 경고해주고, 설계자는 그 지점에서 공간 배치를 다시 조정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결국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오늘의 업무를 도와줄 뿐 아니라, 내일의 AI 시스템을 훈련시키는 기초가 된다.
그렇기에 우리가 제안하는 시스템은 단순히 ‘하나의 툴’이 아니다. 그것은 건설 조직의 데이터 전략이며, 견적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바꾸는 방향이 된다. 실시간 견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하나의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의 결정인 것이다.
– CNV 박도윤 –
FAQ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기존 견적과 무엇이 다른가요?
기존은 도면 완성 후 견적이 산출되지만,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설계 변경이 발생하는 즉시 비용이 자동 반영됩니다.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어떻게 구현되나요?
BIM 객체에 공사코드와 수량 규칙을 정의한 룰셋을 적용하여, 설계 변경이 일어나면 자동으로 내역과 비용을 갱신합니다.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나요?
설계·시공·운영 단계에서 데이터 연속성을 확보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AI 견적 예측 모델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