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5. 견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되어야 한다

BIM 기반 실시간 견적 시스템의 필요성과 구현 전략

5. 견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되어야 한다


건축은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의도와 필요, 기능과 감성, 기술과 예산이라는 수많은 요소를 조율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흔히 설계를 창의적인 행위라 말하지만, 그 창의성은 완전한 자유 속에서가 아니라, 수많은 제약과 조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조건 중에서도 가장 냉정하고, 가장 현실적인 제약은 ‘예산’이다. 예산은 언제나 설계의 방향을 결정짓고, 많은 경우에는 설계의 한계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이 가장 중요한 제약을, 가장 마지막에 확인해 왔다. 도면을 완성한 뒤에야 예산을 확인하고, 그 결과가 초과되었을 경우 다시 설계를 수정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로 인해 많은 프로젝트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설계자와 발주자 모두 불필요한 갈등과 부담을 떠안았다.

이제 우리는 그 흐름을 바꿔야 한다. 견적은 더 이상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설계라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언어’가 되어야 한다. 설계자가 벽 하나를 배치할 때, 그것이 얼마의 면적을 차지하며, 어떤 마감재를 사용할 수 있으며, 예상 단가가 얼마인지까지 함께 고려하는 구조. 발주자가 도면을 볼 때, 그것이 시공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예산 흐름을 어떻게 바꿀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구조. 그리고 경영자가 프로젝트의 현재 상태를 점검할 때, 설계와 견적, 시공과 발주, 유지관리까지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연결된 체계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 바로 그것이 실시간 견적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업무 방식이다.

물론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처음에는 코드 매칭을 위한 룰셋을 정의해야 하고, 설계자의 모델링 방식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검증과 수정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한 번 그 기반이 마련되면, 이후의 프로젝트에서는 그것이 곧 ‘표준’이 된다. 설계가 진행되면 견적이 자동으로 따라오고, 변경이 생기면 견적도 자연스럽게 갱신된다. 이처럼 반복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지면, 조직은 점점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프로젝트는 더 적은 시행착오로 더 높은 품질을 실현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시스템이 현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인공지능 시스템의 훈련자료가 된다. 오늘의 설계와 견적, 그리고 그 결과값이 내일의 AI 예측 모델을 만드는 초석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이 판단하고 AI가 보조하는’ 단계를 지나, ‘AI가 먼저 제안하고 사람이 조정하는’ 단계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AI가 함께 설계하는’ 미래로 나아가게 된다.

실시간 견적 시스템의 도입은 바로 그 첫걸음이다. 그것은 단순히 견적 업무를 자동화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설계와 시공, 발주와 유지관리, 그리고 사람과 인공지능까지 모두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건설 정보 생태계의 출발점이다.

지금 우리가 결정해야 할 것은 단지 하나의 도구를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것인가, 여전히 예전 방식에 머물 것인가를 선택하는 기로에 서 있다. 모든 혁신은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걸음을 먼저 내딛는 조직이, 더 나은 건축, 더 정확한 예산,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지금, 견적은 결과가 아니라 설계의 과정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 CNV 박도윤 –

FAQ

왜 견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어야 하나요?

기존에는 설계가 끝난 뒤에야 비용을 확인했지만,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설계 단계부터 예산을 함께 고려해 프로젝트 효율성을 높입니다.

실시간 견적 시스템을 도입하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설계 변경이 자동으로 견적에 반영되고, 반복 가능한 구조를 통해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집니다.

실시간 견적 시스템은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하나요?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견적 예측 모델을 훈련시켜, 사람이 판단하고 AI가 보조하는 단계를 넘어 협력적 설계로 진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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