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 기반 실시간 견적 시스템의 필요성과 구현 전략
3. 기존 견적 시스템은 왜 실패했는가
전통적 견적 시스템의 절차
건축 설계가 아무리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과정이라 하더라도, 결국 그것은 일정한 절차와 행정의 테두리 안에서 완성되어야 한다. 견적 또한 마찬가지다. 비용 산정은 단지 숫자를 계산하는 일이 아니라, 특정한 절차와 구조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우리는 그것을 ‘전통적 견적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의외로 오랫동안, 나름의 합리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며 작동해왔다.
우선, 전통적 견적 시스템은 크게 네 가지 주요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물량 산출이다. 도면을 분석하여 각 부재 예를 들어 벽, 슬라브, 창호, 기초, 철근 등의 길이, 면적, 체적 등을 계산한다. 이 작업은 오래전부터 사람이 도면 위에 자를 대고 수치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시작되었고, 이후에는 CAD 도면에 폴리라인을 그리고 속성값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CAD 소프트웨어의 보조 기능을 활용하면 길이나 면적을 자동으로 합산할 수도 있었고, 템플릿에 저장된 속성을 불러오는 정도의 반자동화는 이미 많은 실무에서 적용되고 있었다.
두 번째는 코드 매칭이다. 산출된 수량 정보에 ‘공사코드’를 붙이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벽의 면적을 계산했다면, 그것은 ‘벽 마감’이라는 공정에 해당하며, 거기에 ‘자기질 타일’, ‘수성 페인트’, ‘벽체 몰탈 미장’ 등과 같은 공사코드가 붙는다. 이 코드는 단순한 숫자나 분류 체계가 아니다. 그것은 실제 견적서를 구성하는 ‘행’의 단위이며, 예산과 시공 계획, 발주 관리의 단위가 된다.
세 번째는 단가 적용이다. 코드가 매칭되면, 해당 코드에 연동된 표준 단가를 불러와 수량과 곱한다. 이 단가는 시장 가격, 과거 공사 사례, 발주처 기준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정해지며, 일반적으로 단가 데이터베이스는 별도로 관리된다.
마지막 단계는 내역서 작성이다. 각 항목별로 계산된 금액을 정리하고, 분류 체계에 따라 정리한 뒤, 합계를 내어 총공사비를 산출한다.
이 네 단계는 지금도 대부분의 견적팀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수행되고 있으며, 일부는 매우 정교한 프로세스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춘 대형 건설사에서는 별도 소프트웨어로 자동화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체계화된 기존 견적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기존 견적 시스템의 한계
가장 본질적인 한계는 ‘시간’이다. 모든 단계가 일련의 순서를 거쳐야 하며, 각각의 입력이 완료되기 전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예를 들어 도면이 완성되지 않았다면 물량 산출을 할 수 없고, 물량이 나오지 않았다면 코드를 붙일 수 없으며, 코드가 없으면 단가를 적용할 수 없다. 이 구조 안에서는 ‘완성된 도면’이라는 전제 없이는 견적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설계가 끝나기 전에는 공사비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가 어렵고, 결국 설계가 완료된 시점에야 비로소 예산을 확인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게다가 도면이 바뀌면 이 모든 과정이 다시 처음부터 반복되어야 한다. 벽체 하나의 위치가 변경되었을 때, 그 벽체에 관련된 면적, 창호 개구부, 단열재, 마감재가 모두 영향을 받고, 각 수량을 다시 계산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공사코드도 변경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갱신이 아니라, 새로운 데이터를 입력하고 검토하고 정리하는 전 과정을 의미하며,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이 작업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더 큰 문제는, 이 구조 안에서는 ‘중간 견적’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설계가 일부만 완성된 상태에서 지금까지의 예산 흐름을 파악하고자 해도, 물량이 산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의사결정—예를 들어 외장재를 석재로 할지 금속 패널로 할지, 혹은 복층 커튼월을 쓸지 단창을 쓸지 같은—을 비용 정보 없이 내려야 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결국 우리는 설계를 완성하고 나서야 “이게 얼마인지”를 알게 되는 구조에 갇혀 있는 것이다.
BIM 기반 견적 시스템의 한계
물론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방식의 개선이 시도되어 왔다. 그중 가장 기대를 모았던 것이 바로 BIM 기반 견적 시스템이었다. BIM은 단순한 도면이 아니라 정보가 담긴 3차원 모델이므로, 물량 산출을 자동화할 수 있고, 객체의 속성에 따라 공사코드를 자동으로 매칭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소프트웨어는 벽 객체의 면적 속성을 읽어내어 자동으로 ‘거푸집’, ‘콘크리트’, ‘철근’ 등의 공사코드를 붙이고, 내역서를 생성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BIM 기반 견적 시스템도 완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시스템이 ‘모델링 규칙’을 전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견적 프로그램은 마감재가 ‘벽(Wall)’ 객체로 입력되어 있어야만 면적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계산할 수 있다. 반면, 실제 많은 설계자들은 마감재를 단순한 일반 모델(Generic Model)이나 상세 모델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시스템은 수량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잘못된 견적을 내거나, 아예 견적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더욱이 설계자마다 BIM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고, 프로젝트 단계에 따라 모델링 수준이 다르며,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조차 제각각이다. 어떤 팀은 구조와 마감을 하나의 벽 객체로 통합해 모델링하고, 다른 팀은 이를 철저히 분리한다. 어떤 팀은 마감을 실내공간 기준으로 모델링하고, 또 어떤 팀은 단지 재료 속성만 변경해서 표현한다. BIM 기반 견적 시스템이 이러한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고 특정한 ‘약속된 방식’만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결국 또 다른 형태의 수작업을 강요하는 셈이 된다. 기존의 설계단계 BIM과 시공단계 BIM의 단절과 전환설계 BIM의 지속이 그 증거이다.
기존 견적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의문
이처럼 기존의 전통적 견적 시스템은 ‘시간’의 한계와 설계 변경 대응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기존 BIM 견적 시스템은 ‘모델링 규칙’의 강제라는 유연성 부족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실무에서의 통합적 운영을 가로막는 동일한 벽에 부딪힌 셈이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견적은 설계가 완성된 후에야 시작되어야 하는가? 왜 설계가 변경될 때마다 모든 견적 작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왜 BIM이라는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견적 시스템에 설계자의 모델링 방식 하나하나가 종속되어야 하는가?
룰셋 기반 실시간 BIM 견적 시스템의 필요성
이제 필요한 것은 전혀 새로운 시스템이 아니다. 기존 시스템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그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더 유연하고 더 지속가능한 방식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제안하는 룰셋 기반 실시간 BIM 견적 시스템이다.
– CNV 박도윤 –
FAQ
기존 견적 시스템은 어떤 절차로 이루어졌나요?
전통적 견적 시스템은 도면 해석 → 물량 산출 → 공사코드 연결 → 단가 적용의 네 단계로 진행됐습니다.
기존 견적 시스템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도면 기반 수작업으로 진행돼 오류와 누락이 잦았고, 설계와 비용이 실시간으로 연결되지 않아 예산 초과를 제때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기존 견적 시스템의 가장 큰 한계는 무엇인가요?
설계가 끝난 후 비용을 산출하는 직렬적 구조 때문에, 설계 변경과 예산 관리가 늦어져 프로젝트 효율성을 해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