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BIM | IFC | BIM
3. 객체와 속성 – 벽 하나에도 세계가 담겨 있다 ►
5. 현장 속 IFC – 기초, 콘크리트, 그리고 레미콘
6. IFC로 본 건축의 미래 ►
7. 이제, IFC 스터디를 시작하자 ►
새벽의 기초 타설
한여름 새벽, 아직 햇빛이 강해지기 전.
건설 현장에 굉음이 울린다. 레미콘 차량이 줄지어 들어오고, 펌프카가 자리를 잡는다.
작업자들은 헬멧을 고쳐 쓰고, 철근 사이를 걸어 다니며 마지막 점검을 한다.
“오늘 타설은 2㎥짜리 기초 네 군데야.”
소장의 말에 철근팀과 거푸집팀이 고개를 끄덕인다.
현장에서는 그저 콘크리트가 흘러내리는 평범한 장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장면을 IFC로 옮겨보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눈앞의 기초, 흘러내리는 레미콘, 그 둘의 연결 관계가 데이터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기초 = IfcFooting
먼저 기초다.
현장에서 말하는 “기초”는 땅을 파고 철근을 배근한 뒤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구조물이다.
IFC에서는 이것을 IfcFooting 객체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 객체 이름:
IfcFooting - 속성:
Length = 2mWidth = 2mHeight = 0.5m
- 위치:
IfcBuildingStorey(지하 1층)
현장에서 작업자가 “2m × 2m × 0.5m짜리 기초”라고 말하는 순간, IFC에서는 이미 IfcFooting 속성이 채워진다.
콘크리트 = IfcMaterialResource
다음은 콘크리트다.
레미콘 차량이 싣고 온 것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다.
혼합비, 강도, 슬럼프 값이 기록된 “제품”이다.
IFC에서는 이 콘크리트를 IfcMaterialResource로 정의한다.
예를 들어,
- 객체 이름:
IfcMaterialResource - 속성:
Material = 레미콘 24-25-18StrengthClass = 24MPaAggregateSize = 25mmSlump = 180mm
즉, 레미콘 차량이 들어오는 순간 IFC 데이터베이스에는 새로운 자원 객체가 등장한다.
관계 = IfcRelAssignsToResource
마지막으로 기초와 레미콘은 연결된다.
현장에서 보면 단순히 “기초에 콘크리트를 부었다”는 장면이지만, IFC는 이렇게 기록한다.
- 관계:
IfcRelAssignsToResource - 의미: “이 기초는 이 레미콘 자원에 연결된다.”
이 순간부터 소프트웨어는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다.
- 기초 체적 = 2 × 2 × 0.5 = 2㎥
- 필요한 레미콘 = 2㎥
- 만약 기초가 4개라면 총 8㎥
사람이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가 없다.
데이터가 이미 답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대화 vs IFC 데이터
같은 장면을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해 보자.
현장 대화:
- 소장: “이 기초 타설, 몇 ㎥야?”
- 작업자: “2 × 2 × 0.5니까 2㎥입니다.”
- 자재 담당자: “그럼 레미콘 8㎥ 발주해야겠네요.”
IFC 데이터:
IfcFooting.Length = 2mIfcFooting.Width = 2mIfcFooting.Height = 0.5mIfcMaterialResource = 레미콘 24-25-18IfcRelAssignsToResource(기초 ↔ 레미콘)
결과:
“이 기초에 필요한 레미콘은 2㎥, 총 4개 기초 = 8㎥.”
즉, 사람이 대화를 통해 계산하는 일을 IFC는 데이터 구조 자체로 해결한다.
데이터가 주는 안정감
예전에는 수량을 잘못 계산하면 큰 문제가 생겼다.
레미콘을 적게 주문하면 현장이 멈추고, 많이 주문하면 그대로 버려야 했다.
비용 손실은 물론이고, 공정이 지연되면 전체 일정이 흔들린다.
IFC가 있으면 이런 위험이 줄어든다.
객체의 기하와 자원의 속성이 이미 연결되어 있으므로, 발주량을 자동으로 산출할 수 있다.
사람의 실수를 데이터 구조가 대신 막아주는 셈이다.
작은 기초에서 시작된 데이터 혁명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한 기초 하나를 통해서도 IFC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기초라는 객체
- 레미콘이라는 자원
- 둘을 잇는 관계
이 세 가지가 연결되면, 건축은 단순한 시공 행위를 넘어 데이터로서 살아 있는 시스템이 된다.
작은 기초 하나에서 시작된 이 구조는,
→ 기둥,
→ 보,
→ 슬래브,
→ 나아가 건물 전체로 확장된다.
비유 – 요리와 레시피
이 과정을 요리에 비유해 보자.
- “기초”는 냄비다.
- “레미콘”은 재료다.
- “관계”는 레시피다.
냄비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야 하는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는 레시피가 정한다.
이 세 가지가 만나야 맛있는 요리가 완성된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객체, 자원, 관계.
이 세 가지가 만나야 제대로 된 건물이 완성된다.
그리고 IFC는 이 모든 것을 데이터로 기록해 남긴다.
결론 – 현장을 데이터로 바라보라
우리는 흔히 건설 현장을 눈으로만 본다.
레미콘 차량이 오고, 콘크리트가 흘러내리고, 철근이 묻히는 장면을 본다.
하지만 IFC로 보면, 그 장면이 곧 데이터다.
- 기초 객체가 생성되고,
- 자원 객체가 연결되며,
- 관계가 형성된다.
즉, 현장은 곧 데이터베이스이고, IFC는 그 언어다.
기초와 레미콘이라는 작은 예시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건설이 얼마나 체계적인 데이터 구조로 변환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건설은 단순한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디지털로 기록되는 지식의 체계가 된다.
– CNV 박도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