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BIM | IFC] 2. IFC 보이지 않는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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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IFC 보이지 않는 설계도


건축가가 도면을 펼치면 선과 글자가 보인다.
기둥은 굵은 선, 벽은 직사각형, 치수는 가느다란 선 옆에 붙은 숫자로 표시된다.
우리는 이 도면을 보면서 건축의 형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도면은 결국 약속된 기호의 집합일 뿐이다.
도면을 잘 읽는 사람에게는 건물이 보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선의 나열처럼 보인다.

IFC 역시 그렇다.
겉으로 보기엔 IfcWall, IfcDoor, IfcBuildingStorey 같은 낯선 이름이 가득하다.
그러나 조금만 익숙해지면, 그것은 현실 세계의 건축을 컴퓨터 언어로 옮겨놓은 또 하나의 도면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즉, IFC는 눈에 보이지 않는 두 번째 설계도다.
우리가 보는 도면은 사람을 위한 언어이고, IFC는 컴퓨터를 위한 언어다.
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건축을 설명한다.

언어에는 문법이 있다.
한국어에는 주어·서술어·목적어가 있고, 영어에는 주어-동사-목적어 순서가 있다.
건축 언어에도 문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 “이 벽은 2층에 속한다.”
  • “이 문은 벽을 뚫고 있다.”
  • “이 기초는 레미콘 자원과 연결된다.”

이 문장들을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는 문법이 없으면 이해할 수 없다.

IFC는 건축의 문법을 컴퓨터 언어로 정리한 것이다.

  • 벽(IfcWall)이라는 명사,
  • 속성(Property)이라는 형용사,
  • 관계(Relationship)라는 동사.

이 세 가지가 합쳐져 건축의 문장이 만들어진다.

현장에서 흔히 말하는 “부재(部材)”는 IFC에서 객체(Entity)다.
벽, 기둥, 보, 슬래브, 창문, 문…
모두 IfcWall, IfcColumn, IfcBeam, IfcSlab, IfcWindow, IfcDoor라는 객체로 정의된다.

객체는 마치 주민등록증을 가진 사람과 같다.
이름이 있고, 속성이 있으며, 다른 객체와 연결된다.
그리고 서로 구분할 수 있도록 고유 ID(GlobalId)가 붙는다.

현장에서 “저 벽”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순간, IFC에서는 그 벽이 IfcWall #1234라는 데이터로 존재한다.
사람이 손으로 가리키는 대신, 컴퓨터는 고유 ID로 벽을 가리키는 것이다.

객체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벽이 두꺼운지 얇은지,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내화 성능은 어떤지, 마감은 무엇인지가 함께 기록된다.

예를 들어 IfcWall에는 다음과 같은 속성이 붙는다.

  • 높이: 3m
  • 두께: 200mm
  • 재료: 콘크리트
  • 내화: 2시간
  • 마감: 페인트

이 속성 덕분에 같은 “벽”이라도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IFC는 이렇게 세밀한 차이를 속성으로 기록해, 단순한 그림이 아닌 정보의 집합을 만들어낸다.

건축의 본질은 연결이다.
벽은 바닥 위에 서고, 창문은 벽 속에 뚫리며, 기초는 지반에 얹힌다.

IFC는 이런 연결을 Relationship이라는 구조로 표현한다.

  • IfcRelContainedInSpatialStructure: “이 벽은 2층에 속한다.”
  • IfcRelVoidsElement: “이 창문은 벽을 뚫는다.”
  • IfcRelAssociatesMaterial: “이 기초는 콘크리트와 연결된다.”

관계가 없다면 건축은 단순히 부품의 집합일 뿐이다.
관계가 있기에 건축은 구조가 되고, 건물이 된다.
즉, 관계는 IFC의 동사다.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 설계 장면을 떠올려보자.
설계자는 도면에 작은 창문 하나를 추가한다.
“이 창문은 900mm × 1200mm, 남향 벽에 배치한다.”

이 짧은 문장이 IFC에서는 이렇게 변환된다.

  • 객체: IfcWindow
  • 속성: 폭 900mm, 높이 1200mm, 유리 사양, 프레임 재질
  • 관계:
    • IfcRelVoidsElementIfcWall (창문이 벽을 뚫는다)
    • IfcRelContainedInSpatialStructureIfcBuildingStorey (창문이 3층에 속한다)
    • IfcRelAssociatesMaterial유리/알루미늄 자재

즉, 종이에 그린 작은 직사각형 하나가 IFC에서는 객체와 속성, 관계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변환된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는 건축의 모든 과정을 데이터로 기록해 나간다.

왜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기록할까?
그 이유는 단 하나, 모두가 같은 언어를 쓰기 위해서다.

  • 설계자는 “창문”이라고 말한다.
  • 시공자는 “개구부 치수와 설치 방식”을 생각한다.
  • 발주자는 “이 창문을 시공하는 데 얼마가 드는가?”를 묻는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를 쓴다.
하지만 IFC는 이 모든 언어를 하나로 묶는다.

창문은 IfcWindow로 기록되고, 속성에는 치수와 재료가 담기며, 관계에는 위치와 공정이 표현된다.
그럼 설계자·시공자·발주자 모두가 같은 데이터를 바라볼 수 있다.
각자의 언어로 해석할 뿐, 데이터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늘 눈에 보이는 도면과 모델에 익숙하다.
하지만 진짜 힘은 그 안에 숨어 있는 데이터 구조에서 나온다.

IFC는 건축을 데이터의 언어로 옮겨 놓았다.
보이지 않는 이 설계도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건축을 새로운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읽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 CNV 박도윤 –

FAQ

IFC 보이지 않는 설계도는 무엇인가요?

도면처럼 눈에 보이는 선이 아니라, 건축 데이터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데이터 언어입니다.

왜 IFC 보이지 않는 설계도가 필요하나요?

BIM 소프트웨어마다 다른 데이터 구조를 표준화해 설계·시공·발주자가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IFC 보이지 않는 설계도를 배우면 어떤 이점이 있나요?

건축 객체와 속성, 관계를 데이터로 관리해 효율적인 협업과 자동화된 검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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