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BIM | IFC | BIM
3. 객체와 속성 – 벽 하나에도 세계가 담겨 있다
5. 현장 속 IFC – 기초, 콘크리트, 그리고 레미콘 ►
6. IFC로 본 건축의 미래 ►
7. 이제, IFC 스터디를 시작하자 ►
벽, 단순한 벽이 아니다
건설 현장에서 “벽”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렇게 생각한다. “콘크리트 타설하고, 거푸집 치고, 철근 넣고, 다 되면 페인트칠 하는 그거.”
하지만 설계자는 다르게 본다. 벽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공간을 구분하고 기능을 나누는 중요한 요소다. 방과 방을 나누고,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며, 화재 시 사람을 보호하기도 한다.
발주자는 또 다르게 본다. 벽을 보면서 “이 벽을 세우는 데 얼마가 드는가? 자재비, 인건비, 공사 기간은 얼마인가?”를 생각한다.
같은 벽을 두고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 즉, 벽은 단순한 하나의 부재가 아니라 수많은 정보가 얽혀 있는 집합체다.
IFC 속의 벽
이 복잡한 벽을 IFC에서는 어떻게 다룰까?
답은 간단하다. 하나의 객체(Entity)로 만든다.
그 이름은 IfcWall.
하지만 이 객체는 단순히 “벽”이라고 적어놓은 게 아니다.
그 안에는 벽과 관련된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 기하(Geometry): 이 벽은 높이가 얼마이고, 두께가 얼마이며, 길이가 얼마인지.
- 재료(Material): 콘크리트인지, 벽돌인지, 석고보드인지.
- 성능(Performance): 방화 2시간, 차음 성능 45dB, 단열 성능 0.35W/㎡K.
- 위치(Location): 이 벽은 몇 층에 있고, 어느 공간을 구분하는지.
즉, IfcWall 하나를 열어보면 단순한 벽이 아니라 작은 데이터베이스가 들어 있는 것이다.
현장의 장면 – 외벽 하나
서울 외곽에 지어지는 아파트 현장을 떠올려 보자.
설계 도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외벽: 철근콘크리트, 두께 200mm, 높이 3m, 단열재 50mm 포함, 외부 마감은 석재 타일.
현장에서 보면 이것은 거푸집, 철근, 콘크리트, 단열재, 타일이 차례로 쌓여 있는 구조다.
하지만 IFC는 이것을 객체와 속성의 집합으로 기록한다.
- 객체:
IfcWall
- 속성:
Height = 3m
Thickness = 200mm
Material = 철근콘크리트
Finish = 석재 타일
ThermalTransmittance = 0.35W/㎡K
이 정보만 있으면, 소프트웨어는 자동으로 계산한다.
- 면적 = 길이 × 높이
- 체적 = 길이 × 높이 × 두께
- 단열 성능 = IFC에 기록된 값 그대로 반영
사람이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가 없다. 데이터 자체가 답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속성의 힘
IFC에서 중요한 것은 속성(Property)이다.
속성이 없다면 벽은 그냥 기하학적 덩어리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같은 200mm 두께의 벽이라도:
- 속성이
재료=콘크리트라면 구조벽,
- 속성이
재료=석고보드라면 칸막이벽,
- 속성이
재료=유리라면 커튼월.
겉보기에는 비슷해도, 속성이 다르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즉, 속성이야말로 객체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속성과 사람의 대화
속성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속
성 하나하나가 사람과 대화하는 언어다.
- 설계자에게: “이 벽은 방화 성능이 2시간이야.”
- 시공자에게: “이 벽은 철근콘크리트로 시공해야 해.”
- 발주자에게: “이 벽의 체적은 30㎥니까, 레미콘이 몇 대 들어가야 해.”
- 유지관리자에게: “이 벽은 석재 타일로 마감했으니, 나중에 균열 보수 시 동일 자재를 써야 해.”
IFC 속성은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컴퓨터가 공유할 수 있는 언어다.
하나의 벽 = 작은 세계
우리는 흔히 벽을 “단순한 구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IFC에서 벽 하나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건축의 수많은 요소가 녹아 있다.
- 구조(Structural)
- 재료(Material)
- 성능(Performance)
- 비용(Cost)
- 위치(Location)
- 수명(Lifecycle)
이 모든 것이 벽 하나 안에 들어 있다.
즉, 벽은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작은 건축의 세계다.
비유 – 주민등록증과 벽
사람에게 주민등록증이 있듯, IFC의 벽에도 ID가 있다.
이 ID는 GlobalId라고 부른다.
벽마다 고유한 ID가 있어, “이 벽은 이 건물의 이 위치에 있는 바로 그 벽”임을 보장한다.
주민등록증에 이름, 생년월일, 주소, 사진이 붙듯, IFC의 벽에는 높이, 두께, 재료, 위치, 성능이 붙는다.
즉, IFC의 객체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데이터를 가진 개체다.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증과 의료 기록, 재산 내역까지 다 붙은 존재와 같다.
결론 – 벽 하나를 보면 IFC가 보인다
벽은 건축에서 가장 흔한 요소다.
하지만 그 흔한 벽 하나를 IFC로 보면, 건축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객체와 속성, 관계와 의미, 그리고 데이터의 힘까지.
즉, 벽 하나만 제대로 이해해도 IFC의 기본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벽은 단순히 벽이 아니다.
작은 건축의 우주다.
– CNV 박도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