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BIM | IFC
1. IFC는 아직 이른가, 아니면 가장 필요한가
3. 속성(Property Set)으로 보는 IFC의 변화 ►
IFC는 아직 이른가, 아니면 가장 필요한가
BIM에 대해 논의할 때 흔히 등장하는 반론 중 하나가 바로 “IFC는 아직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이 말 속에는 여러 가지 맥락이 숨어 있다. 누군가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말하고, 누군가는 기술적 한계를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주장이 가진 모순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IFC는 데이터가 빠진다”
가장 흔히 듣는 말은 이렇다. “Revit에서 IFC로 내보내면 데이터가 누락되니까 믿을 수 없다.”
겉보기에는 타당해 보이지만, 이 논리는 표준 자체가 아니라 특정 소프트웨어의 구현 문제를 표준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마치 번역가가 문장을 잘못 옮겨놓고 “영어라는 언어가 부실하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IFC는 국제 표준으로 정의되어 있으며, 빠지거나 틀리는 것은 그것을 다루는 사람 혹은 소프트웨어의 책임이다.
“IFC로는 아직 충분히 담을 수 없다”
또 다른 주장은 “IFC는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일리가 있었다. IFC2x3 시절에는 일부 정보가 온전히 담기지 않았고, 특정한 시각적 요소(예: 고급 렌더링 정보)는 다룰 수 없었다. 그러나 IFC4로 넘어오면서 구조, 설비, 마감, 공간 데이터 등 대부분의 건설정보가 정규화되었다. IFC5에서는 심지어 렌더링과 비주얼라이제이션까지 아우르게 된다.
따라서 이 주장은 과거의 한계를 현재에도 그대로 투영하는 오해라 할 수 있다.
“IFC는 쓰기 불편하다”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말은 “IFC는 작업하기 불편하다”이다. 이는 사실 IFC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IFC를 기반으로 한 편집 환경이 부족했던 탓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다. BlenderBIM이나 FreeCAD 같은 오픈소스 도구들이 IFC를 직접 읽고 쓸 수 있고, 점차 기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물론 상용 소프트웨어만큼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익숙함과 숙련도의 문제이지, 표준의 가치와는 별개의 문제다.
“어차피 다 Revit 쓰니까 굳이 IFC 필요 없다”
마지막으로 자주 나오는 말이 바로 이 주장이다. “BIM 시장에서 Revit 점유율이 높으니 그냥 Revit으로 통일하자.”
겉으로는 합리적인 것 같지만, 이는 폐쇄적 생태계를 전제로 한 발상이다. Revit 사용자끼리는 정보 공유가 되겠지만, ArchiCAD, Vectorworks, Tekla, Rhino를 쓰는 사람들과는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 건축은 한 회사, 한 소프트웨어 안에서 끝나는 작업이 아니다. 수많은 협력사, 시공사, 발주처가 얽히는 구조에서 한 기업의 독점 포맷에 의존하는 것은 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가로막는다.
표준의 대안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IFC 말고 다른 국제 표준은 없는가? CAD 세계에는 오랫동안 DWG, DXF 같은 교환 포맷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주로 “선과 면” 중심의 기하학 데이터 교환에 불과하다. BIM은 단순한 형상을 넘어 의미와 속성을 공유해야 한다. 즉, 벽은 단순히 사각형 도형이 아니라 두께, 재료, 시공 정보, 유지보수 이력까지 포함하는 객체여야 한다.
DWG, DXF, FBX 등 기존 포맷들은 이러한 정보 모델링을 감당하지 못한다. 결국 건설정보 교환을 위한 국제 표준으로는 IFC가 사실상 유일하다.
왜 IFC가 최선인가
- 공식적 표준: IFC는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채택한 건설정보 교환 표준이다. 특정 기업이 독점하지 않으므로, 누구나 접근하고 확장할 수 있다.
- 범용성: IFC는 구조, 건축, 설비, 토목까지 아우른다. 다양한 전문 분야가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
- 확장성: 버전이 거듭되며 표현 가능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IFC4와 IFC5는 이전 세대의 한계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 개방성: 오픈소스 생태계와 결합되어, 상용 프로그램 의존도를 줄이고 협업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
맺음말 : IFC는 아직 이른 것이 아니다
IFC가 아직 부족하다는 말은 과거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특정 소프트웨어의 불완전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협업과 투명성, 그리고 장기적인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IFC야말로 가장 합리적이고도 필연적인 선택이다.
BIM은 결국 정보의 공유를 위한 약속이다. 그 약속을 특정 기업의 포맷에 맡겨둘 수는 없다. 우리는 표준이 필요하고, 지금 그 표준은 바로 IFC다.
– CNV 박도윤 –

